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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로보틱스: 적자인데 상한가? 숫자 뒤에 숨은 '세 가지 날개'를 봐야 합니다


주식 시장을 보다 보면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재무제표 상으로는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뜨겁게 달아오르는 경우입니다. 최근의 유일로보틱스가 딱 그런 모습입니다.
네이버 금융에서 이 종목의 실적표를 처음 본 투자자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매출은 박스권이고 이익은 적자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 종목에 열광했습니다. 이 괴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유일로보틱스는 그저 '이상한 급등주'로만 남게 됩니다.
오늘은 이 종목의 냉정한 성적표와, 그 성적표를 뛰어넘게 만든 세 가지 강력한 재료(기술, 자본, 정책)를 아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1. 숫자는 차갑습니다, 하지만 '체질'이 바뀌었습니다

먼저 감정을 배제하고, 공시된 확정 데이터를 기준으로 회사의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적자가 심해졌다"는 점만 보고 우려하시지만, 이 재무제표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유일로보틱스 최근 3개년 확정 실적 요약] (단위: 억 원, %, 배 / 출처: 네이버 금융)

  • 2022년(연결): 매출 384억 / 영업이익 -31억 / 당기순이익 -23억 / 부채비율 36.89%
  • 2023년(별도): 매출 295억 / 영업이익 -64억 / 당기순이익 -66억 / 부채비율 146.00%
  • 2024년(별도): 매출 352억 / 영업이익 4억 / 당기순이익 -91억 / 부채비율 23.55%
구분202220232024
매출액(억원)384295352
영업이익(억원)-31-644
당기순이익(억원)-23-66-91
영업이익률(%)-7.97-21.861.12
순이익률(%)-6.02-22.26-25.74
ROE(%)-7.61-17.54-13.94
부채비율(%)36.89146.0023.55
당좌비율(%)176.27314.59170.36
유보율(%)875.78725.341,594.31
EPS(원)-283-749-880
PER(배)-74.48-35.52-33.47
BPS(원)4,6483,9038,297
PBR(배)4.546.823.55
주당배당금(원)---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2024년 당기순이익은 -91억 원으로 적자 폭이 역대 최대인데, 회사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146%에서 23%로 기적처럼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보통 적자가 나면 자본을 까먹어서 부채비율이 치솟아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유일로보틱스는 정반대입니다. 이는 회사가 장사를 해서 돈을 번 게 아니라,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SK온(SK배터리아메리카)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막대한 현금이 들어왔고, 덕분에 빚을 다 갚고도 남을 만큼 곳간이 빵빵해진 것입니다.
결국 2024년의 재무 상태는 이렇게 요약됩니다. "영업 외적인 손실로 순이익은 깨졌지만, 대기업의 투자 덕분에 망할 걱정이 없는 무차입 경영 수준의 초우량 재무 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것이 숫자가 말해주는 첫 번째 팩트입니다.


2. 급등의 진짜 이유 1: 로봇의 심장, '액추에이터' 국산화

그렇다면 시장은 왜 이 적자 기업에 상한가라는 선물을 줬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기술적 기대감, 바로 '액추에이터'입니다. 이 내용을 빼놓고는 유일로보틱스의 주가를 절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가 합쳐진 형태로 로봇의 힘과 정밀도를 결정하는, 사람으로 치면 근육과 심장 같은 존재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국내 로봇 기업들이 로봇 본체는 잘 만들어도, 이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는 일본 등 해외 제품에 의존해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유일로보틱스가 이 액추에이터 자체 개발과 국산화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부품 개발이 아니라, 회사의 레벨이 바뀌는 사건으로 해석했습니다. 단순 조립 업체를 넘어 핵심 기술을 보유한 '테크 기업'으로 재평가(Re-rating)가 시작된 것입니다. 로봇 산업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수급이 몰릴 명분은 충분했습니다.


3. 급등의 진짜 이유 2: 코스닥 밸류업 정책

개별 기업의 이슈에 기름을 부은 것은 거시적인 정책 바람이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코스닥 및 중소 기술주 부양론'이 투자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핵심은 "코스닥 시장을 단순한 투기판이 아니라,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제대로 살려내자"는 것입니다. 한국 주식 시장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특히 성장 잠재력이 높은 코스닥 기술주들을 지원하여 '밸류업'을 하겠다는 기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주식 시장은 늘 정책의 그림자를 따라 움직입니다. "코스닥을 살리겠다"는 시그널이 나올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섹터가 바로 로봇과 AI입니다. 유일로보틱스는 코스닥 상장사, 로봇 제조, 미래 기술이라는 키워드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정책 수혜주를 찾는 자금들이 유일로보틱스를 타깃으로 삼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췄던 셈입니다.


4. 급등의 진짜 이유 3: SK라는 확실한 뒷배

마지막 퍼즐은 앞서 재무제표에서 언급한 SK온의 투자입니다. 기술(액추에이터)이 있고 정책(코스닥 부양)이 있어도, 물건을 팔 곳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런데 유일로보틱스에는 'SK'라는 거대한 고객사이자 2대 주주가 생겼습니다.
시장은 SK온이 2대 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앞으로 SK의 미국 배터리 공장 자동화 라인에 유일로보틱스의 로봇과 액추에이터가 깔릴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매출처가 확보되었다는 뜻입니다.
2024년에 BPS(주당순자산가치)가 3,900원대에서 8,200원대로 2배 넘게 퀀텀 점프를 한 것도 이 투자 덕분입니다. 회사의 기초 체력이 두 배로 커진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까지 더해지니, 주가가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5. 결론: 숫자는 과거이고, 주가는 미래입니다

정리하자면 유일로보틱스는 현재 "돈을 잘 버는 회사"는 아닙니다. 순이익 -91억 원이라는 성적표는 분명 아픈 부분이고, 여전히 장사 효율(ROE)은 마이너스입니다. 숫자만 깐깐하게 따지는 보수적인 가치투자자라면 매수 버튼을 누르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주식은 현재의 성적표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사고파는 곳입니다. 현재 유일로보틱스를 감싸고 있는 세 가지 재료는 적자라는 숫자를 덮어버리기에 충분히 강력합니다.
 
첫째, 로봇의 심장인 액추에이터 국산화라는 확실한 기술적 모멘텀이 있습니다. 둘째, 코스닥 기술주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적 순풍이 불고 있습니다. 셋째, 무엇보다 든든한 자금줄이자 확실한 고객사인 SK의 존재가 버티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PBR 3.5배라는, 적자 기업치고는 꽤 높은 평가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경쟁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비교해 보면 이 논리는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PBR 수십 배의 평가를 받는 것에 비하면, SK가 선택한 유일로보틱스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상대적인 저평가 구간이자 '키 맞추기'가 가능한 영역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막연한 '희망 회로'만 돌려서는 안 됩니다. 투자자가 냉정하게 주목해야 할 '약속의 시간'은 인천 청라 신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6년입니다. 이때부터 SK를 향한 물량이 실제로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진짜 영업이익 흑자로 증명되어야 비로소 유일로보틱스의 성장은 완성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입니다. 과거 회사가 어려울 때 발행했던 전환사채 물량이 주가 상승 시 주식으로 전환되어 시장에 나올 가능성만 꼼꼼히 체크하신다면, 유일로보틱스는 과거의 뼈아픈 적자 기록을 뒤로하고 SK와 함께 공장 자동화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가장 흥미로운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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